대의제의 본질 이념적 기초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에 대하여 국가의사나 국가 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수적인 통치원리 정치제도가 대의제이다. 대의제의 본질과 이념적 기초가 되는 기관구성권과 정책 결정의 분리에 대한 내용과 정책결정권의 자유위임에 대한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자.
대의제란 국민 개개인의 개별적 이해관계에 따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험적 의사’가 국가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객관적으로 추정되는 ‘추정적 의사’가 국가의사가 될 수 있도록 이를 대표할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로 국가의사나 국가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통치원리이다. 이러한 추정적 의사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험적 의사와 일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흔히 국가의사와 국민의사가 일치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이상이라고 말하지만, 대의제는 이들 양자가 일치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사가 전체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때의 국가의사란 전체 국민의 의사로 추정되는 의사가 정책으로 나타난 것을 말한다.
대의제는 국민이 직접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그 대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정치적인 결정에 참여하는 의사결정의 원리이다. 다시 말하면 대의제도는 治자가 동시에 피治자가 되는 국민의 자기 통치제도가 아니고 다스리는 치자와 다스림을 받는 피치자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치자에게는 ‘정책결정권’과 ‘책임’을 그리고 피치자에게는 ‘기관구성권’과 ‘통제’를 부여하는 통치기간의 구성원리이다.
치자와 피치자가 구별된다고 하는 것은 곧 대의제는 국민의 자기 통치를 통하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려는 것을 부인함을 의미한다. 즉 ‘국민의 통치’가 민주주의의 핵심적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국민의 자기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대의제에서는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추정적 의사’가 국가의사가 될 수 있도록 이를 대표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에 의해서 선출되는 대의기관의 구성원은 국민의 의사를 단순히 전달하고 대변하는 심부름꾼이나 대변자·대리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자를 의미한다. 여기서 대표되는 ‘국민’이란 개개의 유권자도, 유권자의 총체가 아니고, 이념적 통일체로서의 전체 국민을 의미한다. 따라서 명령적 위임이 배제되고 자유위임의 원리가 지배하고, 대표자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국민개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람들로부터의 지시나 명령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오로지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의제는 자유위임관계를 본질로 하기 때문에 대의기관의 정책결정이 설령 국민의 의사에 반한다 하더라도 다음 선거를 통해서 그 책임을 물을 때까지는 당연히 국민을 기속하고 국민의 추정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